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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CEO들은 왜 회사를 떠나 또 다른 스타트업을 시작할까?
성공한 CEO가 잘 되는 회사를 떠나 또 다른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궁금하시죠? 이것은 변덕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입니다.
Question.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CEO가 회사를 떠나고 또 다른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경우를 봤어요. 본인이 키운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요? 왜 잘 되는 회사를 떠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바풀의 대표는 네이버에 회사를 매각한 후, 50억 투자를 받고 새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바풀(바로풀기)'은 초등학교 수학 에듀테크 솔루션이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여 네이버(라인)에 인수되었고, 대표는 락업 기간이 끝난 후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새로 만든 것이 '레몬트리'라는 키즈 핀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시드 단계에서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것은 특수한 사례가 아닙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패턴이 훨씬 흔합니다. 작은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빠르게 성장시키고, 시리즈 A 즈음에 기업가치 100억 수준으로 엑싯한 후, 또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이들을 '시리얼 앙트러프러너(Serial Entrepreneur)', 우리말로 '연쇄 창업자'라고 부릅니다.
프레임워크: 스타트업 성장의 세 단계
왜 성공한 CEO가 떠나는지를 이해하려면, 스타트업의 성장을 세 단계로 나눠 봐야 합니다.
0→1: 무에서 유를 만드는 단계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고, 첫 고객을 확보하고, PMF를 찾는 과정입니다. 가장 불확실하고, 가장 창의적이며, 가장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단계. 이 단계에서 필요한 역량은 대담함, 유연성, 그리고 직접 만들고 부딪히는 실행력입니다.
1→10: 검증된 것을 확장하는 단계
PMF가 확인된 후, 팀을 키우고, 매출을 늘리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역량은 조직 관리, 프로세스 설계, 채용입니다. 0→1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일입니다.
10→100: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는 단계
수백 명의 직원, 복잡한 조직 구조, 이해관계자 관리. 이것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기업 경영'입니다. 0→1을 잘하는 사람과 10→100을 잘하는 사람은 다른 역량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Eric Ries(『린 스타트업』 저자)는 이 단계 전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스타트업의 각 성장 단계는 서로 다른 게임이다. 0→1은 탐험이고, 1→10은 건설이고, 10→100은 운영이다. 한 게임에서 뛰어난 사람이 다른 게임에서도 뛰어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게임을 아는 것이, 자신에게도 회사에게도 최선이다."
(출처: Eric Ries, 『The Startup Way: How Modern Companies Use Entrepreneurial Management to Transform Culture and Drive Long-Term Growth』, Currency, 2017)
연쇄 창업자들은 자신이 0→1에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1→10 단계에 접어들면, 그 일을 더 잘하는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자신은 다시 0→1로 돌아갑니다.
엑싯은 '포기'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엑싯을 부정적으로 해석합니다. "회사를 팔았다"는 표현이 주는 뉘앙스 때문입니다. 하지만 엑싯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건강한 결과 중 하나입니다.
Daniel Isenberg 교수(밥슨칼리지)는 창업 생태계에서 엑싯의 역할을 분석하면서, 엑싯이 새로운 창업의 연료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엑싯은 끝이 아니라 순환이다. 창업자가 엑싯을 통해 자본과 경험을 확보하면, 이것이 다음 세대의 스타트업에 재투자된다.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이 순환의 역사이며, 연쇄 창업자들이 생태계의 성장 엔진이다."
(출처: Daniel Isenberg, "The Entrepreneurship Ecosystem Strategy as a New Paradigm for Economic Policy", Babson Entrepreneurship Ecosystem Project, 2011)
모든 스타트업의 목표가 유니콘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IPO를 하거나, 우리 비즈니스를 다른 회사에 매각하여 M&A를 하는 것도 훌륭한 결과입니다. 50억 밸류까지 빠르게 키운 후 엑싯하고, 또 다른 창업을 고민하는 것. 이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연쇄 창업자가 유리한 이유
바풀의 대표가 새 회사에서 시드 50억을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이전에 성공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첫 번째 창업을 통해 축적된 것들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 투자자, 파트너, 인재풀. 경험 — 어떤 실수를 피해야 하는지, 어디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 신뢰 — "이 사람은 한 번 해봤고, 해낼 수 있다"는 트랙 레코드.
Naval Ravikant(AngelList 공동창업자)는 연쇄 창업의 구조적 이점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첫 번째 창업은 배움이고, 두 번째 창업은 실행이다. 첫 번째에서 실수하며 배운 것들이 두 번째에서 시간을 단축시킨다. 연쇄 창업자의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운이 아니라 학습의 축적이다."
(출처: Naval Ravikant, "How to Get Rich (without getting lucky)", Naval Almanack, 2019)
결국, 팀의 성향에 달린 문제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성공한 CEO가 회사를 떠나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입니다.
0→1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은 0→1을 반복하고, 10→100이 잘 맞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회사를 키웁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어떤 단계에 강한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문제가 내 평생에 걸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생각한다면, 끝까지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5년을 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나보다 더 경영을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유니콘만이 정답이 아닙니다.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성장시키고, 적절한 시점에 엑싯하고,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 이것도 스타트업의 아름다운 경로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Eric Ries, 『The Startup Way』, Currency, 2017
- Daniel Isenberg, "The Entrepreneurship Ecosystem Strategy as a New Paradigm for Economic Policy", Babson, 2011
- Naval Ravikant, "How to Get Rich", Naval Almanack, 2019
- 바풀(바로풀기)→레몬트리 연쇄 창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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