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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법률: 모든 법을 다 알아야 할까?
비즈니스 관련 법이 몇 개냐고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법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규제 방식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Question. 비즈니스와 관련된 법이 대략 몇 개 정도 되나요? 창업하기 전에 관련 법을 다 파악하고 시작해야 하는 건지 걱정이에요. 변호사 없이 법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4,800개. 한국에서 시행 중인 법률의 수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에서 시행 중인 법률은 약 4,800개입니다. 여기에 시행령과 시행규칙까지 합치면 만 건이 훌쩍 넘습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매년 증가합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규율하는 법이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를 듣고 창업이 두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셔도 됩니다. 변호사도 이 법을 다 알지 못합니다. "이런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했을 때, 변호사도 그 비즈니스의 요소들 — 돈이 어떻게 오가고,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데이터를 다루는지 — 을 바탕으로 그때그때 관련 법규를 검색해서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창업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모든 법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법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규제 방식이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지를 아는 것이, 수천 개의 법 조항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네거티브 규제 vs 포지티브 규제
규제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 구분을 이해하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법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집니다.
**네거티브 규제(Negative Regulation)**는 '하면 안 되는 것'만 정합니다. 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됩니다. 미국이 대표적으로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예로 들면, "이것, 이것, 이것은 하지 마라. 나머지는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식입니다.
**포지티브 규제(Positive Regulation)**는 '할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열거합니다. 법에서 명시적으로 허용한 것만 할 수 있고, 법에서 말하지 않은 것은 할 수 없습니다. 한국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같은 가상자산 예시에서, "이것, 이것, 이것은 할 수 있다. 여기에 없는 것은 하면 안 된다"는 식입니다.
이 차이가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은 본질적입니다.
| 네거티브 규제 (미국) | 포지티브 규제 (한국) | |
|---|---|---|
| 기본 원칙 | 금지되지 않은 것은 허용 | 허용된 것만 가능 |
| 새로운 비즈니스 | 법이 금지하지 않으면 시작 가능 | 법이 허용하지 않으면 시작 불가 |
| 규제 속도 | 문제 발생 후 규제 | 비즈니스 성장 후 법 제정 |
| 스타트업 영향 | 빠르게 시도, 나중에 규제 대응 | 법적 허용 여부 먼저 확인 필요 |
Vivek Wadhwa 교수(카네기멜론대학교)는 규제 환경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서, 이 차이가 혁신의 속도를 결정한다고 분석합니다. "실리콘밸리가 세계 혁신의 중심이 된 것은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먼저 만들고, 나중에 허락을 구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접근이 가능했던 규제 환경이 핵심이었다. 포지티브 규제 환경에서는 이 접근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이 혁신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전략이 필요할 뿐이다."
(출처: Vivek Wadhwa, 『From Incremental to Exponential: How Large Companies Can See the Future and Rethink Innovation』, Berrett-Koehler, 2021)
한국에서 창업할 때 이것이 왜 중요한가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의미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여러분이 하려는 비즈니스에 관련된 법이 거의 확실히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웬만한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법규가 이미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법이 없는 새로운 영역이라면, 비즈니스가 커지면 법을 새로 만듭니다. 이것이 포지티브 규제의 메커니즘입니다.
둘째, '몰랐다'는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네거티브 규제 환경에서는 "금지 목록에 없었으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는 논리가 어느 정도 성립합니다. 하지만 포지티브 규제 환경에서는 "허용 목록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셋째, 특정 섹터에서는 규제가 진입 자체를 결정합니다. 핀테크, 헬스케어, 교육, 식품 분야는 규제가 특히 엄격합니다. 이런 분야에서 창업을 한다면, 규제를 이해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 설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Janeway 교수(컬럼비아 경영대학원)는 규제와 혁신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면서, 규제를 장애물이 아닌 게임의 규칙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안합니다. "규제는 혁신의 적이 아니다. 규제는 시장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규제를 잘 이해하는 기업은 규제 안에서 경쟁 우위를 찾는다.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은, 일단 들어가면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출처: William H. Janeway, 『Doing Capitalism in the Innovation Economy: Reconfiguring the Three-Player Gam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이것은 중요한 관점의 전환입니다. 규제가 엄격한 분야에서 규제를 먼저 해소하면, 그것 자체가 진입장벽이 됩니다. 후발 주자도 같은 규제를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업자가 법을 다루는 현실적인 방법
그렇다면 법학 학위 없이, 변호사를 상시 고용할 여력 없이, 창업자가 법을 다루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법의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세요. 4,800개의 법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우리 비즈니스에서 돈이 어떻게 오가는가, 고객의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는가, 누구를 고용하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서 출발하세요. 이 세 가지가 법과 만나는 주요 접점입니다.
유사 비즈니스의 규제 환경을 먼저 조사하세요.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가 어떤 법적 구조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우리에게 적용될 법의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규제 분야에서는 전문가의 초기 상담이 투자입니다. 핀테크, 헬스케어 등 규제가 강한 분야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하기 전에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의 짧은 상담이라도 받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사업을 시작한 후에 "이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과, 시작 전에 "이 방식으로 우회하면 가능합니다"라는 조언을 듣는 것은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규제를 경쟁 우위로 전환할 수 있는지 생각하세요. 규제가 높은 진입장벽이라면, 그 장벽을 넘은 후에는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습니다. 규제 대응 자체가 차별화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은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비즈니스 관련 법이 몇 개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다 아는 사람은 변호사 포함 아무도 없습니다.
한국에서 창업할 때 정말 알아야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 국가이므로, '허용된 것만 할 수 있다'는 원칙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우리 비즈니스의 요소들 — 돈의 흐름, 데이터 처리, 고용 — 에서 법과 만나는 접점을 파악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인식하고 있으면, 나머지는 필요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법을 모두 알고 시작하는 창업자는 없습니다. 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도움을 구하는 것. 이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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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Vivek Wadhwa, 『From Incremental to Exponential』, Berrett-Koehler, 2021
- William H. Janeway, 『Doing Capitalism in the Innovation Econom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 한국 법률 시행 현황 (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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