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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토스는 10년간 적자였는데, 우리도 그래도 되는 건가요?

쿠팡은 10년간 누적 적자 7조 원을 기록한 끝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현실을 정리합니다.

2025년 1월 2일리얼비즌12분 읽기

Question. 쿠팡이나 토스는 엄청난 투자를 받으면서도 계속 적자였잖아요. 그런데도 결국 성공했는데, 우리도 처음에는 적자여도 괜찮은 건가요? 수익을 내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말과 모순되는 것 같아서 헷갈려요.

7조 원. 쿠팡이 흑자 전환까지 기록한 누적 적자입니다

2023년 쿠팡은 창립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가 도착하기까지 쿠팡이 쌓아 올린 누적 적자는 약 7조 원.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2018년에 단독으로 투입한 금액만 2조 원이 넘습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역시 2013년 창립 이후 10년간 적자를 지속하다, 2023년에 흑자 전환의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숫자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적자여도 괜찮은 거구나. 충분히 투자를 받아서 버티면 결국 되는 거구나." 하지만 이 해석에는 심각한 함정이 있습니다. 쿠팡과 토스의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업계의 공감대입니다.

왜 그때는 가능했는가: 시대적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쿠팡이 첫 투자를 받은 것은 2010년대 초반입니다. 토스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의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지금과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당시의 투자 논리는 이랬습니다. "이커머스(또는 핀테크) 시장은 거대하다. 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독점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니 지금의 적자는 미래의 독점을 위한 투자다."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면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투자금이 들어간 것입니다.

이 논리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첫째, 해당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선점 효과가 크다는 것. 둘째, 그만큼의 자금을 계속 공급해줄 투자자가 존재한다는 것. 2010년대의 한국 이커머스와 핀테크 시장은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대형 플랫폼 시장은 이미 선점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투자 환경도 근본적으로 변했습니다.

2022년,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습니다

2022년 5월, 실리콘밸리에서 하나의 문서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Sequoia Capital이 포트폴리오 회사들에게 보낸 내부 프레젠테이션 "Adapting to Endure". 제목부터 의미심장합니다. '견디기 위해 적응하라.'

Sequoia Capital(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캐피탈 중 하나)은 이 문서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무한한 자금의 시대는 끝났다. 과거에는 성장률이 가장 중요한 지표였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수익성을 요구하고 있다. 성장률과 마진을 동시에 보여주지 못하는 회사는 다음 라운드 자금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출처: Sequoia Capital, "Adapting to Endure", Internal Presentation, 2022)

이 문서가 나온 배경이 있습니다. 2020~2021년에는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투자금이 넘쳐났습니다. 성장률만 높으면 적자여도 투자가 이어지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투자 시장의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가'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장하는가'로.

쿠팡과 토스가 시작한 시기는 자금이 풍부하던 때였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전략이 같은 결과를 낳으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번 멀티플': 지금의 투자자가 보는 효율성 지표

그렇다면 지금의 투자자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David Sacks(Craft Ventures 제너럴 파트너, PayPal 초기 멤버)가 제시한 '번 멀티플(Burn Multiple)' 개념이 이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번 멀티플이란, 새로운 매출 1원을 만들기 위해 얼마의 현금을 태우는가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순 현금 소진액 ÷ 순 신규 매출. 예를 들어, 매달 1억 원의 현금을 소진하면서 신규 매출이 5천만 원이면 번 멀티플은 2배입니다.

Sacks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연간 반복 매출(ARR)이 3배 성장했다'고 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 투자자는 묻는다. '그 성장을 위해 얼마를 태웠는가?' 번 멀티플이 2배 이상이면 효율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1배 미만이면 훌륭하다.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자본을 사용하는 회사. 이것이 지금 시장이 원하는 것이다."

(출처: David Sacks, "The Burn Multiple: How to Think About Startup Efficiency", Craft Ventures Blog, 2022)

쿠팡 모델의 번 멀티플은 초기에 수십 배에 달했을 것입니다. 막대한 물류 인프라 투자와 고객 확보 비용이 매출 성장을 훨씬 초과했으니까요. 이런 수치를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는 지금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쿠팡과 토스는 '운이 좋았던' 것인가요?

조금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자면, 운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입니다. 하지만 시대적 조건이 맞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틀림없이 탁월한 경영자입니다.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을 구현하고, 극한의 물류 효율을 추구하고, 고객 경험을 차별화한 것은 실력입니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 역시 금융 규제의 벽을 뚫고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낸 것은 대단한 성취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전략 —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을 선점한다' — 이 가능했던 것은, 그 전략을 뒷받침할 자금이 계속 공급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자금이 공급된 것은, 그 시기의 투자 환경이 그것을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Alex Lazarow(벤처투자가, 스타트업 생태계 연구자)는 실리콘밸리 중심의 '블리츠스케일링' 모델에 대해 이렇게 분석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성장 신화는 풍부한 자본이라는 전제 위에 세워져 있다. 하지만 세계 대부분의 창업자에게 이 전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바깥의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은 처음부터 수익성을 중심에 둔다. 작은 규모에서도 흑자를 내면서, 그 수익을 재투자하여 성장한다. 이것을 나는 '낙타형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사막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는 모델이다."

(출처: Alex Lazarow, 『Out-Innovate: How Global Entrepreneurs from Delhi to Detroit Are Rewriting the Rules of Silicon Valley』,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20)

'유니콘(빠르게 성장하는 말)'이 아니라 '낙타(오래 버티는 동물)'. 이 비유가 지금의 스타트업 환경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지금의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 1~2년 안에 흑자 전환의 경로

그래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금 창업을 하는 여러분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쿠팡처럼 10년간 적자를 버티는 체력이 아닙니다. 1년 또는 2년 안에 흑자 전환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게 시작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비전은 크되, 수익 구조는 초기부터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풀어보겠습니다.

유닛 이코노믹스를 처음부터 증명하세요. 고객 1명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CAC)이, 그 고객이 가져다주는 수익(LTV)보다 낮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쿠팡은 초기에 이 구조가 역전되어 있었지만, 시장 독점이라는 장기 전제가 있었기에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투자자는 이 장기 전제를 쉽게 믿어주지 않습니다. 당장 유닛 이코노믹스가 작동한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주세요.

투자금은 성장을 가속하는 연료여야지, 생존을 위한 산소여서는 안 됩니다. 투자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고, 투자는 그 구조를 더 빠르게 확장하는 데 써야 합니다. "투자금이 떨어지면 회사가 죽는" 구조는 가장 위험한 구조입니다.

'5년 후에 독점해서 대박날 거예요'라는 말을 아무도 안 믿습니다. 이것은 녹취원문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온 것입니다. 지금의 투자 환경에서는 "우리는 이번 분기에 이런 지표를 달성했고, 다음 분기에 이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적자가 불가피한 시기는 있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초기부터 무조건 흑자여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스타트업은 초기에 적자를 경험합니다. 제품을 만들고, 첫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적자의 '기간'이 아니라 적자의 '방향'입니다. 매달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면, 흑자 전환의 경로가 보인다면, 투자자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적자 폭이 계속 늘어나면서 "언젠가 될 것"이라고만 말한다면, 그것은 쿠팡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을 태우고 있는 것입니다.

쿠팡이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투자가 이어진 것은, 거래액, 활성 고객 수, 배송 효율성 같은 핵심 지표가 꾸준히 개선되었기 때문입니다. 적자였지만 방향은 맞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적자에도 이런 방향성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Generative AI 시대의 기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녹취원문에서 강조했듯이, 지금은 Generative AI가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고 있는 시기입니다.

10년 전 쿠팡과 토스가 이커머스와 핀테크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시작했듯, 지금은 AI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 주도적인 사업자가 되는 것. 그것이 지금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10년 전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AI 시대의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수익 모델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SaaS 구독, API 과금, 토큰 기반 사용량 과금 — 이미 검증된 수익 모델이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처럼 시장 독점을 전제로 10년간 적자를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최소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투자만으로 비즈니스가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투자를 기반으로 고객을 획득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쿠팡과 토스는 그들의 시대에,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여러분은 지금의 시대에, 지금의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시대가 다르면, 전략도 달라야 합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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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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