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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초기 사용자 확보, 어떻게 시작할까?
초기 사용자를 어떻게 모을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를 모을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고객 정의에서 직접 영업까지, 실전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Question. 제품은 어느 정도 만들었는데, 초기 사용자를 어떻게 모아야 할지 막막해요. 마케팅 예산도 없고, 주변에 뿌려봤자 반응이 없으니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첫 고객을 대체 어떻게 데려오는 건가요?
'어떻게 모을까'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
Sequoia Capital의 파트너 Alfred Lin은 스탠포드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어떻게 고객을 데려올까'를 고민하지만, 정작 '누가 우리의 첫 번째 고객인가'에 대한 답이 없다." — Alfred Lin, Stanford CS183B (2014)
많은 창업자가 "초기 사용자를 어떻게 확보하죠?"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어떻게'를 고민하기 전에, '누구'를 고민해야 합니다.
초기 사용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B2B 사업인지, B2C 사업인지. 우리 고객이 기업의 구매 담당자인지, 20대 직장인인지. 같은 "초기 사용자 확보"라는 말도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단계는 기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 모델에 가장 알맞은 고객이 누구인지 선명하게 그리는 것입니다.
고객을 '정의'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이 지점이 실은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것을 잘하는 팀이 투자를 받습니다.
Andreessen Horowitz의 공동창업자 Marc Andreessen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누군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만들려면 그 '누군가'가 정확히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출처: Marc Andreessen, "The Only Thing That Matters", Pmarca Blog, 2007)
문제는 초기 단계에서 그 '누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설은 있지만 확신은 없는 상태. 여기서 많은 팀이 두 가지 실수를 합니다.
첫째, 고객을 너무 넓게 정의합니다. "20~40대 직장인"은 고객 정의가 아닙니다. 둘째, 고객을 정의하지 않은 채 방법론부터 찾습니다. SNS 광고를 돌릴지, 블로그를 쓸지, 인플루언서를 쓸지 — 이것들은 모두 '누구에게'가 정해진 다음에 의미가 있는 질문입니다.
고객 정리를 잘한다는 것
Notion의 초기 성장을 연구한 Lenny Rachitsky(전 Airbnb PM)는 성공한 스타트업 100개의 초기 고객 확보 전략을 분석했습니다. 그가 발견한 공통점은 화려한 마케팅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첫 번째 고객이 누구인지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Lenny Rachitsky, "How the Biggest Consumer Apps Got Their First 1,000 Users", Lenny's Newsletter, 2020)
구체적으로 안다는 것은 이런 뜻입니다. "5인 이하 디자인 에이전시 대표, 프로젝트 관리 도구에 월 10만 원 이상 쓰고 있고, 현재 도구에 불만이 있는 사람." 이 정도로 좁혀야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가 보이고,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고객 정리를 잘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단순히 타겟 세그먼트를 나누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를 정도로 구체화하는 것. 이 역량을 갖춘 팀은 투자자에게도 신뢰를 줍니다. "이 팀은 시장을 이해하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의했다면, 이제 직접 부딪힐 차례입니다
고객이 정의되었다면, 다음은 실행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법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직접 찾아가서 들이대는 방법이 있습니다. 메일링 리스트를 만들어 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내부 인맥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심지어 상대 기업의 고객센터나 공개된 문의 채널을 통해 접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고,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무대뽀'의 힘
리얼비즌이 만났던 한 대표님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대표님은 특별한 마케팅 전략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냥 잠재 고객을 직접 찾아가서 만났습니다. 무대뽀로, 거절당해도 다시, 또 거절당해도 다시.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 자체가 투자자에게 강력한 시그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가 본 것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이나 정교한 마케팅 퍼널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은 고객에게 직접 가서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구나. 이 팀은 고객 획득을 해낼 수 있겠구나." 그 확신이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Paul Graham은 이런 방식을 두고 "확장 불가능한 일(Do Things That Don't Scale)"이라고 불렀습니다.
"스타트업이 저절로 이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창업자가 직접 밀어 올려야 한다." — Paul Graham, "Do Things That Don't Scale" (2013)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설명하고, 설치해주고, 피드백을 듣는 일은 분명히 확장 가능한 전략이 아닙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이것이 유일하게 작동하는 전략인 경우가 많습니다.
B2B와 B2C, 접근이 다릅니다
Stripe의 초기 전략은 B2B에서 이 원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공동창업자 패트릭 콜리슨은 잠재 고객(개발자)을 만나면 "관심 있으시면 연락주세요"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열어 결제 시스템을 직접 설치해줬습니다. Y Combinator에서는 이를 "콜리슨 인스톨레이션(Collison Instal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출처: Patrick Collison, Stripe 공동창업자 인터뷰, Indie Hackers, 2017)
B2C에서는 양상이 다릅니다. Tinder의 공동창업자 휘트니 울프 허드는 대학 캠퍼스의 소로리티와 프래터니티를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파티에 참석해서 앱을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설치하게 했습니다. 한 캠퍼스에서 임계점을 만든 뒤 다음 캠퍼스로 이동하는 전략이었고, 수개월 만에 수만 명을 확보했습니다.
(출처: Sean Rad, Tinder 공동창업자, Bloomberg Businessweek 인터뷰, 2014)
같은 '직접 부딪히기'라도 B2B는 의사결정자를 1:1로 만나 즉시 전환시키는 방식이, B2C는 커뮤니티 단위로 임계점을 만드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어떤 고객이냐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실행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결국, 고객을 아는 팀이 이깁니다
초기 사용자 확보를 둘러싼 수많은 전략과 기법이 있습니다. 그로스 해킹, 바이럴 루프, 레퍼럴 프로그램... 이런 것들이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들은 '누구에게'라는 질문에 답한 다음에야 의미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리 비즈니스 모델에 가장 알맞은 고객을 찾아내는 것, 그 자체가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 고객을 선명하게 정의하고, 그 정의에 맞는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서 부딪히는 것.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 순서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성실하게 해내는 팀에게는 생각지 못한 보상이 따라옵니다. 고객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제품이 날카로워지고, 투자자의 신뢰를 얻게 됩니다. 무대뽀로 시작한 영업이, 결국 사업 전체의 기반이 되는 셈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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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Alfred Lin, Stanford CS183B 강연, 2014
- Marc Andreessen, "The Only Thing That Matters", Pmarca Blog, 2007
- Lenny Rachitsky, "How the Biggest Consumer Apps Got Their First 1,000 Users", Lenny's Newsletter, 2020
- Paul Graham, "Do Things That Don't Scale", 2013
- Patrick Collison, Stripe 공동창업자 인터뷰, Indie Hackers, 2017
- Sean Rad, Tinder 공동창업자 인터뷰, Bloomberg Businessweek,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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