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faq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팀 구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요?
기획·디자인·개발 조합이 정답이라는 말은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을 의미했습니다. AI 시대, 더 다양한 조합이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uestion. 공동창업자 3명으로 팀을 구성하려고 하는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조합이 있다고 들었어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제일 좋다고 하던데, 저희는 문과생 3명이에요. 투자자들이 진짜 원하는 팀 구성이 뭔가요?
에어비앤비의 첫 번째 팀은 디자이너 2명과 개발자 1명이었습니다
2008년, 에어비앤비가 Y Combinator에 지원했을 때, 이 팀의 구성은 특이했습니다.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산업 디자이너, 조 게비아(Joe Gebbia)도 디자이너, 네이선 블레차르직(Nathan Blecharczyk)만 개발자였습니다. 기획자 없이 디자이너 2명과 개발자 1명. 전형적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조합'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은 되었습니다. Y Combinator에 합격했고, 지금 시가총액 80조 원이 넘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왜? 이 3명의 조합이 그들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자는 경험을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데에는, 기획자보다 디자이너가 더 중요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의 이야기입니다. 2025년에는 이런 '비전형적 팀'의 가능성이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AI 도구가 팀의 역량 공백을 메워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가 보는 것은 '구성'이 아니라 '능력'입니다
기획+디자인+개발 조합을 투자자가 선호하는 이유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IT 스타트업 기반으로 말씀드리면, 공동창업자가 3명일 때 투자자들이 이 조합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3명이 모이면, 외부 도움 없이 앱이든 웹이든 하나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Vinod Khosla(Khosla Ventures 창업자, Sun Microsystems 공동창업자)는 팀 구성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팀의 이력서를 보지 않는다. 이 팀이 시장에서 실험을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본다. 그 능력은 학위나 경력이 아니라, 만들고-내놓고-배우는 사이클을 자체적으로 돌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출처: Vinod Khosla, "Gene Pool Engineering for Entrepreneurs", Khosla Ventures)
핵심 질문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있는가?"가 아닙니다. **"이 팀이 만들고-내놓고-배우는 사이클을 돌릴 수 있는가?"**입니다. 기획+디자인+개발이 선호된 이유는, 이 조합이 그 사이클을 가장 빠르게 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었기' 때문입니다 — 과거형으로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AI가 바꾼 것: '만들 수 있는 팀'의 범위
2025년, 이 사이클을 돌릴 수 있는 팀의 범위가 근본적으로 넓어졌습니다.
Ethan Mollick 교수(와튼스쿨)는 AI가 팀 구성의 전제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AI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극적으로 넓혔다. 과거에는 세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했던 작업을 이제는 한두 명이 AI의 도움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은 스타트업 팀 구성의 최소 단위를 재정의하고 있다."
(출처: Ethan Mollick, 『Co-Intelligence: Living and Working with AI』, Portfolio, 2024)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과거의 사이클: 기획자가 기획서를 만들면, 디자이너가 화면을 설계하고,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했습니다. 세 역할이 순차적으로 이어져야 프로덕트가 나왔습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병목이 생겼습니다. 기획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개발자 없이는 작동하는 프로덕트를 고객에게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2025년의 사이클: 기획자가 AI 코딩 도구(Cursor, Claude 등)로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듭니다. AI 디자인 도구로 기본적인 UI도 구현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고객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은 됩니다. 디자이너가 AI 도구로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마케터가 AI로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각자가 AI의 도움으로 자신의 전문 영역을 넘어서는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문과생 3명이라도,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고객 반응을 확인하고,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면 — 투자자가 보기에 이 팀은 '만들고-내놓고-배우는' 사이클을 돌릴 수 있는 팀입니다. 반대로, 개발자 3명 팀이라고 투자자들이 무조건 선호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우려합니다. 엄청나게 빠르게 앱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쓰지 않는 앱을 만드는 경우.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고객의 문제를 풀지 못하는 제품. 이것을 표현하는 말이 있습니다 — '예쁜 쓰레기'.
투자자가 진짜 경계하는 것
투자자가 팀 구성에서 진짜 경계하는 것은 역할의 편향이 아니라, 핵심 역량의 공백입니다.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팀 안에 아예 없는 경우. 고객을 만나고 시장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 기술은 있지만 비즈니스 감각이 전혀 없는 경우. 이런 공백이 있으면, 아무리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도 팀으로서 사이클을 돌릴 수 없습니다.
2025년에 추가된 관점이 있습니다. AI를 도구로 활용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팀인가. 개발자 3명이 모였는데 AI 도구를 활용하지 않는 팀과, 비개발자 3명이지만 AI를 적극 활용하는 팀. 투자자의 관점에서, 후자가 더 빠르게 실험을 반복할 수 있는 팀일 수 있습니다.
Mark Suster(Upfront Ventures 매니징 파트너)는 팀을 평가하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나는 한 번의 만남으로 팀을 판단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이 팀이 실행력을 보여주는지,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지, 고객의 피드백에 반응하는지를 관찰한다. 점이 아니라 선으로 투자한다."
(출처: Mark Suster, "Invest in Lines, Not Dots", Both Sides of the Table, 2010)
'실행력을 보여주는' 방법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있어야 실행력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AI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고객 반응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으로 충분히 실행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보는 '선'은 팀의 구성이 아니라, 팀의 학습 속도입니다.
팀은 변합니다 — 그래서 시작이 더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현실을 더 이야기해야 합니다. 공동창업자가 영원히 함께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역할은 자연스럽게 분화됩니다. AI로 프로토타입을 만들던 단계를 지나면, 전문 개발자가 필요해집니다. 고객이 100명에서 10,000명으로 늘어나면, 보안과 확장성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합류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3명이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고객을 만나다가, 각자의 역량에 따라 역할이 나뉘게 됩니다. 처음 3명이 5명, 10명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역량도 함께 성장한다는 전제하에서만 이 조합이 의미를 가집니다.
딱 잘라서 '이 조합이 제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각 팀마다 **"우리가 가장 빠르게 만들고-내놓고-배울 수 있는 조합은 무엇일까"**라는 관점에서 고민하시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것입니다.
AI가 만드는 것의 진입장벽을 낮춰준 시대입니다. 문과생 3명이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직군이 아니라, 이 팀이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빠르게 실험하고, 학습할 수 있느냐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Vinod Khosla, "Gene Pool Engineering for Entrepreneurs", Khosla Ventures
- Mark Suster, "Invest in Lines, Not Dots", Both Sides of the Table, 2010
- Ethan Mollick, 『Co-Intelligence: Living and Working with AI』, Portfolio, 2024
- Airbnb 창업팀 사례 (Brian Chesky, Joe Gebbia, Nathan Blecharczyk)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관련 글
전체 보기 →비즈니스는 꼭 '고객의 불편'에서 시작되어야 할까?
스타트업 강의에서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라"고 배웠지만, 모든 비즈니스가 불편에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불편이 아니라,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유사 서비스가 이미 있다면? 차별화로 승부하기
유사 서비스가 있다고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유사 서비스의 존재는 '시장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핵심은 같은 시장에서 다른 가치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면 창업에서 불리한 건가요?
서카포가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다 잘 되는 건 아닙니다. 학벌의 이점은 '시작'에 있고, 성공의 이점은 '실행'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