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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체계가 너무 없어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체계가 없다고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체계는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법적 체계에서 조직문화까지, 단계별 접근법을 정리했습니다.
Question. 스타트업을 시작했는데, 체계가 너무 없어서 불안해요. 대기업처럼 프로세스가 잡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체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1,500개의 원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1,500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가 문서화한 조직 운영 원칙의 수입니다. 의사결정 방식, 갈등 해결 방법, 채용 기준, 피드백 방식 —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한 원칙이 문서로 존재합니다.
이 숫자만 보면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창업자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원칙은 40년에 걸쳐 실수를 하고, 그 실수에서 배우고, 배운 것을 기록하면서 쌓인 것이다.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갖추려고 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출처: Ray Dalio, 『Principles: Life and Work』, Simon & Schuster, 2017)
여기에 역설이 있습니다. 체계가 없다는 것은 스타트업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기본 상태입니다. 비즈니스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창업이고, 조직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가는 것이 스타트업입니다. 진짜 문제는 체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체계를 '한 번에 세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잡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법적 체계
체계를 한 번에 세울 필요는 없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법적 체계만큼은 최대한 빨리 세팅해야 합니다.
대표이사는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당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직면할 수 있는 법적 이슈는 고용 관련 문제입니다. 고용 계약서를 작성하고,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이를 정확하게 납입하는 것.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취업 규칙이나 회사 내부 규약은 나중에 만들어도 됩니다. 하지만 고용 계약서와 4대 보험은 첫 번째 직원을 들이는 순간부터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그 다음은 급여 체계입니다. 인력 구성과 매월 급여 지급, 4대 보험 신고 등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행정 업무가 있습니다. 현실적인 팁을 하나 드리자면, 회계사무소에 맡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월 10여 만 원이면 이 모든 것을 처리해줍니다. 한두 번은 직접 해보셔서 정확히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하되, 이후에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여러분의 시간을 아끼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운영 체계는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입니다
법적 체계를 세팅한 다음, 많은 창업자들이 "이제 운영 체계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매뉴얼을 만들고,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대기업처럼 깔끔한 시스템을 갖추고 싶어합니다.
조금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자면, 대기업의 체계를 흉내 내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Daniel Coyle은 높은 성과를 내는 팀들의 문화를 연구하면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성공적인 팀들의 공통점은 완벽한 프로세스가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들만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출처: Daniel Coyle, 『The Culture Code: The Secrets of Highly Successful Groups』, Bantam Books, 2018)
스타트업의 운영 체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내부 조직을 위한 운영과, 비즈니스를 위한 운영입니다. 그리고 둘 다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하나하나 매뉴얼화해나가는 것입니다.
스타트업마다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고, 필요한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체계를 그대로 가져올 수 없습니다. 직접 일하면서 "이건 이렇게 하는 게 효율적이구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곧 체계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조직 문화라는 이름의 체계
이렇게 일하면서 세팅되는 것을 우리는 '일하는 방식', 또는 '조직 문화'라고 부릅니다.
조직 문화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매우 구체적인 결정들의 집합입니다. 우리는 경어를 쓸 것인가, 평어를 쓸 것인가. 커뮤니케이션은 슬랙으로 할 것인가, 카카오톡으로 할 것인가. 문서는 노션에 정리할 것인가, 구글 독스를 사용할 것인가. 회의는 매일 할 것인가, 주 1회로 할 것인가. 이런 하나하나의 결정이 쌓여서 조직 문화가 됩니다.
Airbnb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조직 문화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문화란 무엇인가를 수천 번 반복하는 것이다. 공동창업자들이 처음에 내린 작은 결정들 — 어떻게 대화하고, 어떻게 피드백하고, 어떻게 실패에 반응하는가 — 이것이 100명, 1,000명이 되었을 때의 문화가 된다."
(출처: Brian Chesky, "Don't Fuck Up the Culture", Medium, 2014)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 늘어나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입니다. 2~3명일 때는 말 한마디로 통하던 것이, 10명이 되면 "누가 이걸 담당하는 거야?"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의 형태, 문서화 방식, 아카이브 방식, 접근 권한 같은 것들을 조직 운영의 차원에서 일찍부터 의식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암묵적으로 공유되던 것들이, 어느 시점을 지나면 반드시 문서화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매뉴얼을 만들며 체계화하면 됩니다.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미리 만들어두려고 하면, 실제와 맞지 않는 체계가 되어 오히려 발목을 잡습니다.
다른 회사의 체계를 참고하되, 복사하지 마세요
요즘은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콘텐츠가 풍부합니다. 토스의 일하는 방식, 당근의 조직 문화, 넷플릭스의 '인재 밀도' 개념까지. 이런 자료들은 분명 유용한 참고 자료입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토스에서 잘 작동하는 방식이 5명짜리 초기 스타트업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문화는 이미 높은 인재 밀도가 확보된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지, 아직 팀원 검증도 끝나지 않은 단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Daniel Coyle의 연구에서도 이 점이 강조됩니다. 성공적인 팀의 문화는 외부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 팀의 구체적인 맥락 — 구성원의 성향, 비즈니스의 특성, 성장 단계 — 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었습니다.
토스의 일하는 방식이 우리와 어떻게 맞고, 어떻게 안 맞을 것 같은지. 넷플릭스의 인재 밀도 개념을 우리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참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복사가 아니라 번역이 필요합니다.
체계는 단계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스타트업의 체계는 한 번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법적 체계. 고용 계약서, 4대 보험, 급여 체계. 이것은 첫 번째 직원을 들이는 순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미루면 법적 리스크가 됩니다. 행정 업무는 가능하면 회계사무소에 맡기고, 여러분의 시간은 비즈니스에 쓰세요.
그 다음, 일하면서 발견하는 운영 체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정하고, 문서화 방식을 통일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만듭니다. 처음에는 암묵적으로 시작하되, 반복되는 패턴이 보이면 문서화합니다.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매뉴얼을 만들 적기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조직 문화로 정착. 3명이 5명이 되고 10명이 되는 과정에서, 초기에 내린 작은 결정들이 조직의 방식으로 굳어집니다. 이때 의식적으로 "이 방식이 여전히 맞는가"를 점검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몸에 맞는 체계는 계속 변합니다.
체계가 없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비즈니스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가듯이, 조직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체계화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 자체가 창업입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Ray Dalio, 『Principles: Life and Work』, Simon & Schuster, 2017
- Daniel Coyle, 『The Culture Code: The Secrets of Highly Successful Groups』, Bantam Books, 2018
- Brian Chesky, "Don't Fuck Up the Culture", Mediu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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