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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 SAM, SOM - 스타트업의 시장 규모, 어떻게 정의할까?

투자자가 시장 규모를 묻는 진짜 이유는 숫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사고방식을 보는 것입니다. 바텀업으로 시장을 정의하는 법을 알아봅니다.

2024년 2월 29일리얼비즌10분 읽기

Question. TAM, SAM, SOM이라는 용어를 자주 듣는데, 솔직히 개념이 헷갈려요. 투자자들이 시장 규모를 물어볼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스타트업에 맞는 시장 정의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투자자가 시장 규모를 묻는 진짜 이유

IR 자료 10페이지째. '시장 규모' 슬라이드 앞에서 커서가 멈춥니다. 구글에 검색하면 "국내 OO 시장 XX조 원"이라는 리포트가 나오긴 합니다. 그 숫자를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끝일까요?

아닙니다.

Sequoia Capital의 파트너 알프레드 린(Alfred Lin)은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탑다운 시장 분석으로 '1조 원 시장의 1%만 가져와도'라고 말하는 순간, 투자자는 흥미를 잃는다. 그 1%를 어떻게 가져올 건지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Alfred Lin, Sequoia Capital (Stanford CS183B, 2014)

투자자가 시장 규모를 묻는 진짜 이유는 숫자의 크기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고객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TAM, SAM, SOM은 그 논리를 담는 프레임입니다.

세 개의 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전략

개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정의가 아니라, 각각이 전략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TAM: 꿈의 크기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은 여러분의 비즈니스가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전체 시장입니다. 모든 지역, 모든 고객 세그먼트를 포함한 최대치. 이것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비전입니다.

다만 TAM은 현실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투자자는 TAM의 크기 자체보다, TAM까지 도달하는 경로가 논리적인지를 봅니다.

SAM: 현실적 전장

SAM(Serviceable Addressable Market)은 여러분의 제품이 실제로 서비스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기술적 한계, 지역적 제약, 언어와 규제를 고려한 현실적인 시장. "지금 우리 제품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고객이 누구인가"의 답입니다.

SOM: 당장의 전투

SOM(Serviceable Obtainable Market)은 향후 1~2년 내 실제로 획득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SOM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의하느냐가 나머지 두 원의 신뢰도를 결정합니다.

탑다운의 함정

많은 창업자가 이 세 개념을 탑다운으로 접근합니다. 리서치 기관의 시장 리포트에서 숫자를 가져와 큰 원에서 작은 원으로 깎아나가는 방식입니다.

"국내 금융 시장 1,000조 → 은행 시장 500조 → 송금 시장 50조."

깔끔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접근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스타트업이 타겟팅하는 구체적인 시장에 대한 리포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 산업 분류로는 잡히지 않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시장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크 안드리센(Marc Andreessen)은 이 점을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가장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기존 시장 리포트에 나타나지 않는다. 새로운 행동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Marc Andreessen,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2011

탑다운 숫자는 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합니다. "XX조 원 시장"이라는 거대한 숫자 앞에서 투자자가 궁금한 것은 단 하나. "그래서 첫 번째 고객 1,000명은 누구인가?"

바텀업: 고객 한 명에서 시작하는 시장 정의

바텀업은 반대로 갑니다. 가장 작은 단위—실제 고객—에서 출발해서 위로 올라갑니다.

바텀업 시장 정의: 고객에서 시작하는 세 개의 원

1단계: SOM — "첫 1,000명은 누구인가"

가장 먼저 당장 공략할 고객을 정의합니다. 추상적 인구통계가 아니라, 이름을 부를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25-34세, 수도권 거주, 월 1회 이상 해외직구를 하는 직장인 중 기존 결제 과정에 불만을 가진 사람."

이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불만을 가진 사람." 나이와 지역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조건이지만, 어떤 불만을 겪고 있는지를 특정해야 비로소 우리만의 시장이 됩니다.

2단계: SAM — "같은 불만을 가진 모든 사람"

SOM에서 정의한 핵심 불만을 공유하는 더 넓은 그룹으로 확장합니다.

같은 불만, 다른 지역? 같은 불만, 다른 연령대? 같은 불만, 다른 맥락(예: 해외직구뿐 아니라 해외 여행 결제까지)?

이때 확장의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해외직구 결제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은 해외 여행 결제에서도 같은 불만을 느낀다"는 논리가 데이터나 인터뷰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3단계: TAM —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세상"

비즈니스가 최대로 성장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SOM → SAM → TAM으로 이어지는 확장 경로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TAM을 제시하면 투자자의 신뢰는 무너집니다. "해외 결제 불편 해소" 이야기를 하다가 TAM에서 갑자기 "글로벌 핀테크 시장 300조"를 들고 나오면, 앞선 논리가 모두 의심받게 됩니다.

토스가 시장을 정의한 방법

이 바텀업 접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국내 사례가 토스입니다.

2015년,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마주한 현실은 이랬습니다. 국내 금융 시장은 수백조 원 규모였지만, 그 숫자는 토스의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토스가 출발한 시장은 훨씬 작고, 훨씬 구체적이었습니다.

SOM: "스마트폰으로 송금하고 싶지만,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때문에 포기하는 20-30대." 당시 스마트폰 뱅킹 사용자 중 송금 과정에서 이탈하는 비율이 상당했습니다. 이들이 토스의 첫 번째 고객이었습니다.

SAM: 모바일 송금을 넘어, 모바일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만 기존 은행 앱의 복잡함 때문에 포기하는 모든 사용자. 송금에서 시작해 조회, 카드 관리, 투자로 확장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TAM: 기존 금융 인프라의 불편함을 느끼는 모든 사용자. 궁극적으로는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 시장.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이라는 단 하나의 기능으로 출발한 토스는, 출시 5개월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SOM에서 시작한 여정은 2023년 기준 MAU 1,500만, 기업가치 9조 원의 핀테크 기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출처: 토스 공식 블로그; 한국경제, "토스, 기업가치 9조원 인정받아", 2023)

토스의 바텀업 시장 정의: SOM에서 시작해 TAM까지

이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이 있습니다. 토스의 시장 정의가 설득력 있었던 이유는 TAM이 컸기 때문이 아닙니다. SOM이 구체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공인인증서가 싫은 20-30대"라는 명확한 첫 번째 고객이 있었고, 그들에게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경로를 그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장 정의가 드러내는 것

Andy Rachleff(Wealthfront 공동창업자, 전 Benchmark Capital 파트너)는 Product-Market Fit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팀도 실패한다. 시장이 존재하면 평범한 제품도 성공할 수 있다." — Andy Rachleff, "How to Know If You've Got Product-Market Fit", 2023

시장 정의는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우리가 들어갈 시장이 정말 존재하는가?" 그리고 바텀업 방식은 그 질문에 대해 가장 정직한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잘 정의된 시장은 세 가지를 동시에 증명합니다.

첫째, 고객에 대한 이해. 첫 번째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지 알고 있다는 것. 둘째, 실행력. 막연한 비전이 아니라, 내일 당장 찾아갈 고객이 있다는 것. 셋째, 확장 논리. 작은 시작이 어떻게 큰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지 그림이 있다는 것.

숫자가 아니라 논리입니다

TAM, SAM, SOM에 정답은 없습니다. 같은 비즈니스라도 정의하는 사람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논리의 탄탄함입니다. "이렇게 정의했고, 이렇게 확장될 수 있다"는 스토리. 실제 고객에서 출발한 바텀업 접근. 그리고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와 인터뷰.

시장 정의는 투자자를 위한 숙제가 아닙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위한 전략 수립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면, 비즈니스의 방향이 더 선명해집니다. 첫 번째 고객이 누구인지, 그 다음 고객은 누구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그림이 선명해지는 순간, 투자자 앞에서의 막막함도 사라집니다.

하나쯤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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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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